오늘 아침 산책 길에 문득 몇 달 전 산불이 나서 나무랑 억쇄를 모두 태워버린 민둥산에 올라보고 싶었다. 경사가 비교적 가파르고 흙이 단단하지 못하여 부스러져 내렸지만 조심조심 산을 올랐다.
그런데 산에서 참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많은 나무들이 아예 형체조차 없어졌지만 군데 군데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죽은 것 같은 나무가 사실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무 가지는 분명 죽은 것이지만 나무 밑둥을 보니 푸른 가지와 잎이 솟구치고 있었다. 타다 만 가지는 더 이상 수분이나 영양을 받지 못한 죽은 모습이었지만 지면에서 가까운, 아니 지면 속에 뭍혀 있던 부분은 수분과 영양을 여전히 공급받고 있었고, 그 덕분에 싹을 틔우고 푸르른 생명을 발산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나무가 한둘이 아니었다. 어떻게 죽은 나무에서 싹이 트는가? 나무들을 바라보며 깨달음이 왔다. 뿌리가 살아 있었구나. 뿌리가 살아 있으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구나. 뿌리의 생명력, 뿌리의 중요성이 새삼 다가 왔다.
요즈음 전세계가 경제위기의 여파로 위축되고 삶이 각박해 지는 것을 본다. 미주의 한인사회나 한인교회 역시 이와 같은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섬기는 교회가 신록이 무성하기보다 거친 화마에 그을린 가지처럼 초라하게 돼 버린 것을 보며 애통해하는 목회자들과 사모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소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뿌리가 살아 있다면, 그 뿌리의 생명력에 잇대일 수 있다면 여전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오늘 아침에 본 불에 타다 남은 나무들이 이 뿌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산증인들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15:5
JK
맞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의 소망이 오직 주님에게 있습니다.
ReplyDelete또 이사야가 이르되, "이새의 뿌리 곧 열방을 다스리기 위하여 일어나시는 이가 있으리니 열방이 그에게 소망을 두리라 하였느니라.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롬 15:12-13)